공룡 박물관에 서면 가장 먼저 압도되는 건 용각류다. 목이 길고, 꼬리가 길고, 다리가 기둥 같은 그 거대 초식공룡들. 가장 큰 종은 길이 35m, 무게 70톤에 이른다. 도시 한복판에 그 몸을 두면 4차선 도로를 가로지른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왜 공룡 시대의 초식동물만 그렇게 거대해졌을까. 현재 코끼리는 6톤이 최대치다. 공룡은 그 10배가 넘는다. 이 글에서는 공룡 거대화의 핵심 비밀 다섯 가지를 정리한다.
▲ 25m, 50톤급 거인 —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비현실적 크기
기본 정보 — 거대 용각류의 스케일
용각류 중에서도 특히 거대해진 종을 '거대 티타노사우루스류'라고 부른다. 백악기 후기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정점을 찍었다.
- 아르겐티노사우루스: 길이 약 30~35m, 추정 체중 70~100톤
- 파타고티탄: 길이 약 31m, 추정 체중 70톤
- 드레드노투스: 길이 약 26m, 추정 체중 60톤
- 브라키오사우루스: 길이 약 25m, 추정 체중 50~80톤 (쥐라기)
- 심장 추정 무게: 약 200~400kg (사람의 1,000배 이상)
가장 큰 후보로 꼽히는 아르겐티노사우루스는 1993년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됐다. 목뼈 하나가 사람 어른 한 명 키에 가깝다. 큰 동물의 무게를 정확히 재기는 어렵지만, 가장 보수적인 추정도 60톤은 넘는다.
거대화의 다섯 가지 비밀
1. 새 같은 호흡 시스템 — 무게는 줄이고 산소 효율은 올렸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용각류 척추뼈를 잘라 보면 안이 거의 텅 비어 있다. 공기주머니가 뼈 안까지 들어간 구조다. 이 시스템 덕에 거대한 몸을 갖고도 가벼움을 유지했다. 동시에 한 번 호흡으로 산소가 폐를 두 번 통과해 효율도 매우 높았다. 이 호흡 방식은 현대 새가 그대로 물려받았다.
2. 빠른 생장 — 한 해에 1톤씩 늘었다
용각류 뼈를 잘라 나이테를 분석하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알에서 깬 새끼는 사람 무릎 정도 크기였지만, 매년 1~2톤씩 몸이 늘어 30년 만에 성체가 됐다. 코끼리가 50년 살면서 6톤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생장 속도다. 빠른 생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효율적인 호흡, 풍부한 식물, 그리고 뼈의 가벼운 구조 덕이었다.
3. 긴 목과 작은 머리 — 효율의 끝
용각류는 크기 대비 머리가 작다. 그 작은 머리에는 이빨이 단순한 막대형이고, 음식을 씹지 않고 통째로 삼켰다. 위장에서 위석(돌)을 굴려 분쇄하는 방식이다. 이 덕에 머리가 작아도 됐고, 머리가 작아서 긴 목이 가능했다. 긴 목은 한 자리에 서서 넓은 범위의 식물을 먹을 수 있게 했다. 걷는 에너지를 아끼는 가장 효율적인 식사법이었다.
4. 알에서 깨어 부모를 떠났다 — 천적 회피 전략
용각류는 알을 한 번에 30~40개씩 낳고 묻고 떠났다. 새끼는 부모 없이 알아서 자라야 했다. 손실률이 매우 높았겠지만, 한 번에 많이 낳는 양적 전략으로 살아남았다. 자란 새끼들은 무리로 모여 다녔던 걸로 추정된다. 거대해지는 동안엔 천적이 줄어들고, 일정 크기를 넘으면 사실상 천적이 없어졌다.
5. 풍부한 식생과 다소 높은 산소 농도
쥐라기와 백악기에는 식물이 매우 풍부했다. 침엽수, 양치식물, 소철, 은행나무가 거대 숲을 이뤘다. 영양가는 낮았지만 양은 많았고, 용각류는 이 양을 위장에 가둬 천천히 발효 분해했다. 더불어 일부 시기에는 대기 중 산소 농도가 현재(21%)보다 약간 높았다는 분석도 있다. 거대 호흡 시스템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 풍부한 쥐라기 식생이 거대 용각류의 식탁을 차렸다
한국에서 발견된 용각류 — 의외로 활발하다
한국은 골격 화석은 부족하지만 용각류 발자국 화석은 세계적인 양을 자랑한다. 경남 고성, 전남 해남, 부산 다대포 일대에서 거대 발자국이 다수 발견됐다. 발자국 지름이 1m가 넘는 사례도 있다. 한 발자국에 사람 두 명이 들어가는 크기다.
2008년 전남 해남 우항리에서는 약 100m에 이르는 용각류 보행렬이 발견됐다. 이는 단일 개체가 한 방향으로 걸어간 흔적으로, 그 보폭으로 추정한 몸길이는 약 20m였다. 한반도가 백악기 거대 용각류의 정기 통로였다는 강력한 증거다. 골격이 안 나오는 건 단순히 운이다. 발자국이 그 정도 나오는데 골격이 어딘가 묻혀 있을 거라는 게 지질학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왜 지금 동물은 그만큼 못 큰가
흥미로운 질문이다. 공룡 멸종 후 포유류가 그 자리를 차지했지만, 가장 큰 육상 포유류였던 파라케라테리움(약 17~20톤)도 용각류의 4분의 1 정도다. 이유는 호흡 시스템이다. 포유류는 공룡 같은 공기주머니가 없다. 폐만으로 산소를 처리해야 하니 거대화에 한계가 있다. 또 포유류는 새끼를 직접 키우는 K-전략을 쓰기 때문에 한 마리당 투자가 크고 한 번에 많이 낳지 못한다.
정리
거대 용각류에 대해 기억할 세 가지.
- 호흡 시스템이 핵심이다. 새와 같은 공기주머니가 거대화의 결정적 요소였다.
- 빠른 생장과 양적 번식 전략으로 30년 안에 70톤급으로 자랐다.
- 한반도는 거대 용각류의 보행 흔적이 풍부한 지역. 골격이 나올 가능성도 학계의 기대를 모은다.
이번 글로 공룡대백과 시리즈의 거대화 편을 마무리한다. 공룡이 작게 시작해서 점점 커지고, 일부는 새로 변해 살아남았다. 거대화는 끝이 아니라 진화의 한 단계였다. 브라키오사우루스 — 목이 긴 거인의 비밀 글에서 단일 종 단위의 디테일을 더 깊게 다뤘으니, 거대화 이야기와 함께 읽으면 풍성하다. 댓글로 다음에 다뤄봤으면 하는 공룡 주제를 남겨주시면 우선순위로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