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알을 낳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 알을 어떻게 품고, 새끼를 어떻게 길렀는지는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23년만 해도 학자들은 공룡이 알을 낳고 그냥 떠났을 거라고 봤다. 100년 만에 그림이 완전히 뒤집혔다. 어떤 공룡은 새처럼 알을 품었고, 어떤 공룡은 둥지를 모아 집단 번식지를 만들었으며, 일부는 새끼가 자랄 때까지 오래도록 돌봤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공룡 부모 행동에 관한 핵심을 정리한다.
▲ 알을 품는 자세로 화석화된 오비랩터 — 부모 행동의 결정적 증거
기본 정보 — 공룡 알의 특징
공룡 알은 현생 파충류와 새 알의 중간 정도 특징을 갖는다. 단단한 칼슘 껍질이지만, 일부 종은 새처럼 색소를 띠기도 했다. 모양은 종에 따라 길쭉한 타원, 거의 둥근 구형 등 다양하다.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 가장 작은 공룡 알: 약 4cm × 2cm (소형 수각류, 테니스공보다 작다)
- 가장 큰 공룡 알: 약 60cm 길이 (대형 용각류, 럭비공의 두 배)
- 껍질 두께: 0.3mm~7mm (현생 닭알은 약 0.3mm)
- 한 둥지당 알 개수: 종별로 2~30개 이상
- 알 색소 보고 사례: 청록색·점박이 (수각류 일부)
참고로 사람 머리만 한 알을 본 적이 있다면, 그건 대형 용각류 알의 박물관 복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의외로 그 큰 몸에 비해 알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발견이다.
알에서 새끼까지 — 단계별 발견
1. 오비랩터 — 알 도둑이 알 부모로
1924년 처음 발견됐을 때 오비랩터는 트리케라톱스 알 위에서 화석화돼 있었다. 그래서 '알 도둑(Oviraptor)'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었다. 1990년대 후반 같은 자세로 발견된 다른 표본을 분석한 결과 반전이 일어났다. 그 알은 트리케라톱스가 아니라 오비랩터 본인의 알이었다. 부모가 알을 품다가 사막 폭풍에 그대로 묻힌 것이었다.
이 발견은 공룡 부모 행동 연구의 분기점이 됐다. 자세히 보면 다리가 알 사이로 들어가고 팔이 둥지를 감싸는 모양이다. 현생 새와 거의 같다.
2. 마이아사우라 — '좋은 어머니 도마뱀'
1979년 미국 몬태나에서 발견된 Maiasaura peeblesorum은 학명 자체에 '좋은 어머니'라는 뜻이 들어 있다. 발견 현장에는 어른 하드로사우루스, 둥지에 있는 알, 그리고 어느 정도 자란 새끼들이 함께 있었다. 새끼 골격을 분석해보니 알에서 깬 직후엔 다리가 약했고, 부모가 먹이를 가져다 주며 한동안 둥지에서 키운 흔적이 있었다.
3. 집단 번식지의 발견
몽골 고비사막과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에서는 수백 개의 둥지가 한곳에 모여 있는 거대 번식지가 발견됐다. 펭귄 군집과 비슷한 패턴이다. 큰 무리가 같은 시기에 알을 낳고, 새끼들이 함께 자라며, 포식자에 대한 집단 방어가 가능했을 거다. 일부 용각류는 매년 같은 장소로 돌아왔던 것 같다.
4. 알껍질 색까지 새와 같다
2018년 분석에 따르면 일부 수각류 공룡 알에는 빌리베르딘과 프로토포르피린이라는 색소가 들어 있었다. 이건 현생 새 알 색을 만드는 색소다. 즉 일부 공룡은 둥지 위장을 위해 알에 색을 입혔다. 새의 다양한 알 색은 공룡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뜻이다.
▲ 집단으로 이동하는 하드로사우루스 — 새끼와 어른이 함께 움직였다
한국에서 발견된 공룡 알 — 의외로 풍부하다
한국은 공룡 알 화석으로도 세계적 명소다. 특히 경기도 화성 시화호 일대는 1999년 다량의 공룡 알이 발견된 후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됐다. 알 화석 30여 개가 한 자리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다. 종은 정확히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형 용각류와 일부 수각류로 추정된다.
전남 해남, 경남 사천, 부산 다대포 일대에서도 알 화석과 둥지 흔적이 보고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10년대 이후 정밀 분석을 진행 중이며, 일부 알에서 멜라노솜 흔적까지 검출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한반도가 백악기 공룡의 주요 번식지였다는 추정이 설득력을 얻는 근거다.
화성 공룡알 산지는 일반에도 공개돼 있다. 시화호 화석 산지를 한 번 가보면, 우리 발 아래에 1억 년 전 공룡 둥지가 있었다는 사실이 묘한 감동을 준다.
아직 모르는 것들
흥미롭게도 공룡 부모 행동은 종마다 매우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마이아사우라처럼 오랜 양육을 한 종이 있는가 하면, 일부 용각류는 알을 묻고 떠나 그 뒤로 새끼는 알아서 살아가는 거북 방식을 택했다. T. rex 같은 대형 수각류가 새끼를 어떻게 길렀는지는 아직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 화석 운이 따라야 알 수 있는 영역이다.
정리
공룡 부모 행동에 대해 기억할 세 가지.
- 오비랩터는 알 도둑이 아니었다. 자기 알을 품다가 묻힌 부모였고, 이 발견이 공룡 양육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 마이아사우라처럼 오랜 양육을 한 종이 있었고, 알껍질 색까지 현생 새와 같은 색소를 가졌다.
- 한국 화성 시화호는 세계급 알 화석 산지. 한반도는 백악기 공룡의 번식 명소였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이 세계 공룡 발자국 화석 1위라는 사실, 그리고 발자국으로 어떻게 공룡 행동을 읽어내는지 다룰 예정이다. 알에서 발자국까지, 공룡이 살아간 흔적은 이렇게 다양하게 남아 있다. 오비랩터의 누명을 벗다 글에서 알 도둑 이름이 붙은 사연을 더 자세히 다뤘으니 같이 읽으면 흐름이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