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왜 센다이까지 가?"라는 말을 들었다
일본 유학을 준비하면서 도호쿠대학교 이야기를 꺼냈을 때, 주변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도쿄대나 오사카대도 있는데 왜 거기까지 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엔 도호쿠대를 2순위로 뒀다가, 자료를 파다 파다 생각이 바뀌었다. 한 달 동안 10개 이상의 일본 대학을 비교하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봤다.
도호쿠대학교란 어떤 학교인가
1907년 설립된 도호쿠대학교(東北大学)는 일본 구제 제국대학 중 하나로,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위치해 있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약 1시간 40분 거리다. QS 세계대학랭킹 2025에서 80~90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재료과학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재학생은 약 18,000명으로 도쿄대(28,000명)보다 규모가 작다.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정체성이 뚜렷하며,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는 일본 국내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재료공학, 금속공학 — 이 분야라면 도호쿠대를 빼고 얘기할 수 없다
이게 내가 도호쿠대에 주목하게 된 핵심이다. 도호쿠대 금속재료연구소(金属材料研究所, IMRAM)는 1916년 설립된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료과학 연구기관이다. 반도체, 자성재료, 초전도체 관련 연구는 이 연구소에서 전 세계 표준이 되는 결과물들을 냈다. 이공계, 특히 재료·전기전자 분야를 노린다면 도쿄대보다 도호쿠대가 오히려 더 강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생활 환경 — 센다이라는 도시 이야기
센다이는 도호쿠 지방 최대 도시다. 인구 약 110만 명으로, 살기에 딱 적당한 크기라는 평이 많다. 너무 작아서 불편하지 않고, 너무 커서 지치지도 않는다. 일본 내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꾸준히 상위권이다.
주거 비용은 도쿄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도호쿠대 캠퍼스 인근 원룸 기준 월 30,000~55,000엔이면 충분하다. 기숙사를 포함하면 더 낮아진다. 생활비를 아끼면서 연구에 집중하고 싶다면 환경 자체가 다르다.
한 가지 약점이라면 겨울이다. 센다이는 눈이 많이 오고, 도호쿠 지역 특유의 추운 날씨가 있다. 추위를 싫어한다면 고려할 부분이다.
외국인 유학생 환경 — 생각보다 탄탄하다
도호쿠대는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꾸준히 높다. 2024년 기준 전체 유학생 수는 약 2,900명으로, 중국, 한국, 대만 순으로 많다. 유학생 전용 일본어 교육 프로그램이 입학 직후부터 제공되며, 영어 대학원 프로그램도 확대 중이다.
특히 이공계 대학원은 지도교수 컨택 이후 영어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 연구실이 많다. 저도 직접 조사해보면서 도호쿠대 교수들의 이메일 응답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걸 느꼈다. 컨택을 겁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도호쿠대를 선택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
재료·금속·전기전자 분야 연구를 원하는 사람, 생활비 부담 없이 연구에만 집중하고 싶은 사람, 도쿄 경쟁에 지쳐서 조용한 환경을 원하는 사람.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도호쿠대를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하다. '도쿄도 교토도 아닌 곳'이 오히려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관심이 있다면 도호쿠대 공식 영문 홈페이지(tohoku.ac.jp/en)에서 Graduate School Admission 페이지를 먼저 확인해보시길 권한다. 연구실 목록과 교수 소개가 상세하게 나와 있어, 지도교수 탐색에 시간이 덜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