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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백악기 숲의 하루 — 공룡 시대 지구는 어떤 모습이었나

by hakung 2026.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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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얘기를 할 때 정작 놓치는 게 '그들이 살던 환경'이다.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벨로시랩터는 모두 백악기 후기에 살았다. 그 시기 지구는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나무는? 기후는? 꽃은 피었을까? 이 글에서는 공룡 없이 백악기 숲의 하루를 재구성해 본다. 개별 공룡을 넘어서, 무대 자체를 이해해야 공룡이 제대로 보인다. 지구 역사에서 가장 풍요로웠던 생태계 중 하나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살펴본다.

▲ 양치식물과 침엽수가 우거진 백악기 말 원시 숲

백악기는 언제였나

백악기(Cretaceous)는 약 1억 4,500만~6,600만 년 전, 무려 8천만 년에 이르는 긴 시기다. 공룡 시대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이자 가장 오래 이어진 시기. 이 안에서도 전기·중기·후기로 나뉘며, 우리가 잘 아는 공룡들(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은 대부분 후기에 살았다.

  • 평균 기온: 지금보다 약 4~10도 높음
  • 해수면: 지금보다 100~170m 높음 (빙하가 거의 없었음)
  • 대륙: 판게아가 분리 중, 대륙들이 지금과 비슷한 위치로 이동 중
  • 극지방: 빙하 없음. 남극조차 숲이 우거졌다.
  • CO2 농도: 현재의 3~4배 (약 1,000~2,000 ppm)
  • 산소 농도: 약 26% (현재 21%)

상상해 보자. 남극에 숲이 있고, 지금 바다인 곳이 육지였으며, 한반도 일부도 얕은 바다였던 세상이다. 한국에서도 백악기 지층이 발견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재 지형과는 전혀 다른 지구가 그 시기 존재했다.

숲의 구조 — 지금과 완전히 다르다

1. 풀이 없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 백악기 전기까지는 지구에 '풀'이 없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잔디, 벼, 억새 같은 볏과 식물은 백악기 후기에 겨우 등장하기 시작했고, 공룡 멸종 후에야 본격적으로 번성했다. 그 전까지 땅바닥을 덮던 것은 이끼, 양치식물, 저지대 소철 정도였다.

즉 트리케라톱스, 스테고사우루스, 안킬로사우루스 같은 초식공룡이 뜯어 먹던 '풀'은 사실 양치식물과 그 친척들이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푸른 초원 위의 공룡은 과학적으론 살짝 틀린 그림이다. 공룡 다큐멘터리에서도 초원을 보여주면 틀린 것.

2005년 Nature에 실린 연구에서는 백악기 말 공룡 똥 화석(coprolite)에서 초기 볏과 식물 꽃가루가 발견됐다. 즉 공룡 멸종 직전에 딱 풀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일부 공룡은 풀을 맛보기 시작했다는 증거. 만약 운석이 조금만 늦게 떨어졌다면 공룡이 풀을 먹는 세상도 봤을 수 있다.

2. 침엽수가 주류

숲의 상층은 거대 침엽수로 덮여 있었다. 아라우카리아(남양삼나무), 메타세쿼이아, 은행나무, 소나무과 등이 하늘을 가렸다. 특히 아라우카리아는 뉴질랜드나 호주에서 지금도 볼 수 있는데, 백악기 숲의 대표 수종이었다. 한국에서 백악기 지층에 목화석(목탄화된 나무)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침엽수 계열이다.

현생 삼림의 소나무·잣나무 같은 구성이 아니다. 더 원시적이고 다양한 침엽수가 공존했다. 키도 훨씬 커서 60m 이상 자라는 나무가 흔했다.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거대 용각류도 이 거대 침엽수 꼭대기까지 뻗어 잎을 뜯어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3. 꽃이 피기 시작한 시대

가장 큰 전환은 속씨식물(flowering plants)의 등장이다. 백악기 중기부터 본격적으로 꽃식물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목련, 감탕나무, 플라타너스 계열의 조상 격 식물들이 숲 아래를 채웠다. 이 변화는 생태계에 어마어마한 파급 효과를 낳았다. 꽃은 곤충을 불러오고, 씨앗은 에너지 효율 높은 식량이 됐다. 하드로사우루스가 그렇게 번성한 이유도 이 꽃식물을 잘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견된 백악기 호박 화석에서는 1억 년 전 꽃송이가 고스란히 보존된 것이 발견됐다. 현생 국화과 꽃과 비슷한 모양. 꽃은 공룡 시대 중반부터 이미 지구의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었다.

기후와 날씨

백악기는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습한 세상이었다. 연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4~10도 높았고, 극지방에도 겨울에 영하로 떨어지긴 했지만 빙하는 형성되지 않았다. 적도 부근은 지금보다 더 뜨겁고 습했다. 전체적으로 지구는 거대한 '온실'이었다.

이런 기후는 거대 생물에게 유리했다. 식물이 풍부했고, 변온동물(파충류)도 추위 걱정이 적었다. 공룡이 그렇게 거대화할 수 있었던 환경적 배경이다.

CO2 농도는 지금의 3~4배였다는 추정이 있다. 어떤 연구는 1,000ppm 이상을 제시하기도 했다(지금은 420ppm). 이 덕분에 식물 광합성이 활발했고, 산소 농도도 지금보다 약간 높았다. 현생 공원 산책보다 숨 쉬기 편한 공기였을 것.

하루의 흐름 — 가상 관찰 일지

백악기 숲에 시간 여행을 간다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 새벽 (5~7시): 따뜻한 안개가 숲 바닥에 깔린다. 작은 포유류(쥐 크기)가 소리 없이 움직인다. 공룡들이 막 활동을 시작한다. 귀뚜라미와 초기 매미 소리.
  • 아침 (7~10시): 하드로사우루스 무리가 저음의 울림통 소리를 내며 이동한다. 작은 수각류(트로오돈 등)가 곤충을 쫓는다. 이슬이 내린 양치식물을 뜯어먹는 소리.
  • 낮 (10~14시): 태양이 강렬하다. 큰 초식공룡은 그늘에서 쉰다. 익룡들이 열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 높이 활공한다. 물가에 모여 물 마시는 장면.
  • 오후 (14~18시): 트리케라톱스 무리가 양치식물 초원을 천천히 뜯어 먹는다. 뒤편 숲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조용히 관찰한다. 긴장감이 감도는 시간.
  • 저녁 (18~20시): 습도 오르고, 천둥 동반한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한다. 작은 육식 공룡이 바쁘게 먹이를 찾는다. 일몰의 황금빛이 은행나무 잎을 물들인다.
  • 밤 (20시~): 달빛에 은행나무 잎이 반짝인다. 공룡 대부분은 자지만, 작은 포유류들이 슬슬 활동을 시작한다. 개구리 계열 양서류들이 개울가에서 울고, 초기 나방이 꽃 주변을 돌아다닌다.

▲ 백악기 숲의 지배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포유류의 존재감

흥미로운 점. 백악기 내내 포유류는 이미 존재했다. 다만 대부분 쥐보다 작은 야행성 동물이었다. 공룡이 지배하는 낮 시간엔 눈에 띄지 않게 숨었다가 밤에 활동했다. 당시 포유류는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기회가 없는" 조연이었던 셈. 공룡이 멸종한 뒤에야 비로소 무대를 장악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건 2005년 중국에서 발견된 '레페노마무스 기간티쿠스(Repenomamus giganticus)'다. 크기 약 1m, 체중 12~14kg의 '거대' 포유류였는데, 뱃속에서 어린 공룡(프시타코사우루스)의 뼈가 발견됐다. 즉 백악기 포유류가 공룡을 먹었다는 증거. 크기는 오소리 정도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컸다.

한국의 백악기 지층

한국에는 백악기 지층이 정말 많다. 경남 고성군 당항포 일대, 전남 해남군 우항리, 경북 의성, 경기 시화호 주변 등. 이 지역들은 백악기 당시 얕은 호수와 강가였다. 그래서 공룡 발자국이 진흙에 찍혀 화석화되기 좋은 환경이었다.

고성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에는 수천 개 발자국이 남아 있다. 한 번쯤 가보면, 발자국 위에 발을 올려보면서 백악기 지구에 실제로 발을 디뎠던 공룡들의 존재를 실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때 처음 가봤을 때의 충격이 아직 생생하다. 거대한 둥근 발자국들이 해안 바위에 박혀 있는 광경은 과학 교과서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외감을 준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백악기 공기는 인간이 숨 쉬기 좋았나?

A. 산소 농도(26%)가 현재(21%)보다 높아 숨 쉬기는 좋았을 것. 다만 CO2도 높아 약간 숨 가빠졌을 수도. 현생 고산 지대 정반대 느낌.

Q2. 백악기 온도에서 인간이 살 수 있나?

A. 적도는 40도 이상으로 매우 덥고, 온대 지역은 지금보다 상당히 덥고 습함. 현재 동남아 열대 수준이 평균이었을 것. 극지방도 온난해서 스칸디나비아 기후가 지구 곳곳에.

Q3. 백악기에 거미·벌·나비 있었나?

A. 대부분 있었다. 거미는 3억 년 전부터 존재했고, 벌과 나비는 백악기 중기 이후 속씨식물과 함께 다양화됐다. 꽃을 찾는 곤충 생태계가 이 시기에 자리 잡았다.

정리

  1. 풀이 없는 세상이었다. 양치식물과 침엽수가 주류.
  2. 지금보다 따뜻하고 습한 온실 기후. 거대 생물에 유리했다.
  3. 포유류는 조연이었다. 야행성 작은 동물로 공룡 그늘에 숨어 살았다.

다음 글에서는 백악기보다 한 시대 앞선 쥐라기 세계를 탐험한다. 공룡이 본격적으로 거대화하고 번성한 '공룡의 황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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