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공원 1편에서 주인공 일행이 공룡을 처음 본 장면, 그 거대한 목을 뻗어 나무 꼭대기를 뜯어 먹던 공룡이 바로 브라키오사우루스다. 영화 속 그 크기도 충격적이었지만, 실제 크기는 더 놀랍다. 몸길이 23m, 키 최대 12m. 아파트 4층 베란다 정도에서 나뭇잎을 뜯어 먹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풀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저 긴 목 끝까지 피가 올라갈 수 있을까? 심장은 얼마나 커야 하고, 호흡은 어떻게 했을까. 이 글에서는 거대 용각류의 생존 공학을 파헤친다.

▲ 쥐라기 숲에서 침엽수 꼭대기를 뜯는 브라키오사우루스
기본 정보
- 학명: Brachiosaurus altithorax (팔이 긴 거인)
- 생존 시기: 후기 쥐라기, 약 1억 5,400만~1억 5,300만 년 전
- 서식지: 북아메리카 (콜로라도, 유타, 와이오밍)
- 몸길이: 약 22~26m
- 키(머리까지): 약 12m (4층 건물)
- 추정 체중: 약 30~60톤 (연구별 편차)
- 식성: 초식 (주로 침엽수 꼭대기)
- 뇌 크기: 약 300g (몸 대비 작음)
학명의 'brachio'는 '팔'이라는 뜻이다. 용각류 대부분은 앞다리보다 뒷다리가 길거나 비슷한데,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반대로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눈에 띄게 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머리가 위로 치켜들리는 구조가 된다. 기린이 긴 다리 덕분에 더 높은 가지까지 닿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1903년 콜로라도에서 처음 발견됐고, 엘머 리그스가 이름 붙였다.
긴 목의 미스터리
1. 심장은 얼마나 강했을까
몸 아래에서 머리까지 12m. 이 차이를 극복하려면 엄청난 혈압이 필요하다. 1970년대부터 고생물학자들은 "브라키오사우루스의 혈압은 약 600mmHg에 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람의 정상 혈압(120mmHg)과 비교하면 5배. 그 정도 혈압을 버티려면 심장이 농구공만 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문제는 그런 심장을 흉강에 넣기에 공간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현생 기린이 좋은 비교 대상이다. 기린의 심장은 약 11kg으로, 체중의 약 1%에 해당한다. 브라키오사우루스가 같은 비율이라면 심장이 300~600kg이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현 가능한 수치인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2. 두 가지 해결 가설
현재 학계에서 지지받는 두 가설이 있다. 첫째, 다심장 가설: 목 중간에 보조 심장이 있었을 것. 이건 뼈 증거가 없어서 비판이 많다. 둘째, 목을 항상 수평에 가깝게 유지했다는 가설. 2009년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에 실린 연구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렸더니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목을 수직이 아닌 45도 정도로 유지하는 게 에너지 효율상 최적이었다. 그래서 요즘 복원도를 보면 목이 예전처럼 수직이 아니라 비스듬하다.
2013년 브라이튼 대학 연구에서는 "목을 들 때와 내릴 때 혈압을 역동적으로 조절하는 특수 판막 시스템"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린에게서도 이런 시스템이 관찰된다. 브라키오사우루스도 더 정교한 버전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3. 호흡 문제
긴 목은 폐까지의 공기 경로도 길다. 사람이 긴 빨대로 숨 쉬면 이산화탄소가 누적되듯, 브라키오사우루스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해답은 새와 비슷한 단방향 호흡 구조. 공기가 폐를 관통해 일방향으로 흐르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용각류 뼈에서 기낭(air sac) 흔적이 발견됐다. 이 기낭은 현생 새에게도 있고, 덕분에 산소를 훨씬 효율적으로 공급받는다.
2023년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연구에서는 브라키오사우루스의 기낭 시스템이 뇌와 목뼈 내부에까지 확장되어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즉 무게 절감과 호흡 효율을 동시에 챙긴 설계다.
몸 구조의 비밀
기둥이 아니라 '다리 달린 크레인'
브라키오사우루스 뼈 구조를 살펴보면 감탄이 나온다. 척추뼈에는 공기 주머니가 잔뜩 들어갈 수 있는 홈(pleurocoel)이 있다. 이 덕분에 30~60톤이 되는 거대 몸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유지할 수 있었다. 일종의 '건축 공학'이다. 현대의 크레인이 속 빈 철골 구조를 쓰는 원리와 같다.
연구에 따르면 뼈 내부 공기 비율이 무려 40~60%에 달한다. 새의 뼈와 유사한 구조. 이 덕분에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실제 체중이 추정치 60톤보다 훨씬 가벼웠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연구들은 체중을 30~35톤 선에서 재추정하고 있다.
꼬리는 왜 짧을까
다른 용각류(아파토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등)는 꼬리가 몸 전체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길다. 반면 브라키오사우루스는 꼬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앞다리가 길어 무게 중심이 앞쪽에 쏠린 구조라서, 꼬리로 균형을 과하게 잡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 식사량
연구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브라키오사우루스는 하루에 약 400kg 이상의 식물을 먹었다. 어른 소 4마리가 하루에 먹는 양과 비슷하다.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킨 뒤 배 안의 돌(위석)로 갈아서 소화했다. 실제로 용각류 화석 주변에서 돌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한 마리가 살아남기 위한 숲의 면적은 서울 여의도공원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살았던 쥐라기 숲과 해안의 모습
번식과 성장
브라키오사우루스는 30m짜리 거인이지만 알에서 태어날 때는 고양이보다 작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용각류 알은 지름 20cm 정도 타조알 크기다. 이 작은 알에서 수십 미터짜리 공룡이 자라는 데는 약 30~40년이 걸렸을 것으로 본다.
어린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성체와 다른 비율을 보였다. 목이 상대적으로 짧고 다리가 굵었다. 성체가 되어가면서 목이 길어지고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빠르게 자랐다. 이 차이 때문에 같은 종의 어린 개체가 한때 다른 속(기라파티탄 등)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문화와 한국 전시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쥬라기공원 시리즈에서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1편의 첫 공룡도 이 친구였고, 3편에서는 해변에서 풀을 뜯는 장면도 나온다. 다큐멘터리 'Walking with Dinosaurs'(1999)에서도 주요 캐릭터로 등장했다.
한국에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목포자연사박물관 등에 복제 골격이 전시돼 있다. 특히 서대문의 전시는 공간이 좁아서 목을 살짝 낮춰 배치해 놓았는데, 그래도 천장에 머리가 닿을락말락한다. 실제 크기 감이 확실히 온다. 해남공룡박물관도 소형 복원 모형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정도 크기의 생물이 정말 숨 쉬고 걸어 다녔다"는 사실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거다. 현생 아프리카코끼리도 6톤 정도인데, 브라키오사우루스는 그 10배에 육박한다. 지구 생태계에서 어떻게 저런 체급이 가능했는지는 지금도 활발히 연구되는 주제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몇 살까지 살았나?
A. 뼈 성장선 분석 결과 100년 이상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생 코끼리(70년)보다 훨씬 길다. 30~40년에 성체 크기에 도달하고 이후 50년 이상 번식·생존했다.
Q2.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제일 큰 공룡인가?
A. 아니다. 더 큰 공룡이 있다. 아르헨티노사우루스, 파타고티탄 등 후기 백악기 남미 거대 용각류는 몸길이 35~40m, 체중 70~100톤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브라키오사우루스의 '키'는 여전히 상위권.
Q3. 브라키오사우루스도 무리 생활을 했나?
A. 발자국 화석 증거에 따르면 무리 이동을 했다. 용각류 발자국이 일정 간격으로 수십 개씩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몇 마리 단위였는지는 불명확하다.
정리
-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길다. 그래서 머리가 자연스럽게 위로 향한 구조.
- 혈압과 호흡은 새와 비슷한 효율 시스템으로 해결했을 가능성이 크다.
- 뼈 안의 공기 주머니로 몸무게를 줄였다. 거대하지만 의외로 정교한 구조.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단순한 거대 초식공룡이 아니다. 혈압·호흡·무게·체온을 모두 해결한 진화의 공학 작품이었다. 거대화의 극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이 만들어낸 해답이 이 거인에게 담겨 있다.
다음 글에서는 또 다른 쥐라기의 유명 공룡, 스테고사우루스를 다룬다. 등에 달린 골판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오랜 논쟁이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