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제목 보고 웃으신 분들, 비슷한 경험 있으신 거 맞죠?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혼자 중국 유학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엄마한테 말 안 하고요. 말했다가 바로 "안 돼"가 나올 게 뻔했거든요. 우리 엄마는 기본적으로 집 밖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서... 중국은 말할 것도 없었죠.
근데 저는 진짜 가고 싶었어요.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계기가 좀 웃겨요.
중2 때 사회 시간에 중국 경제 성장 관련 수업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앞으로 중국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세상을 주름잡을 거야."
그때 제 귀에 딱 꽂혔어요. 저는 이상하게 그런 말에 반응하거든요. 가능성이 있는 곳에 먼저 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그 이후로 중국 관련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어요. 상하이 브이로그, 베이징 일상, 중국 대학생 생활 영상들이요. 보면 볼수록 빠져들었어요. 생각보다 현대적이고, 생각보다 편리하고, 생각보다 젊고 활기찬 나라였어요. 제가 막연히 가지고 있던 "중국 = 낙후된 이미지"가 빠르게 무너졌죠.
특히 상하이 영상들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와이탄의 야경, 루자쭈이 스카이라인,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 "나 저기 가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몰래 알아본 것들
엄마 모르게 한 달 정도 혼자 조사했어요.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중국 고등학교 유학의 루트가 여러 개라는 걸 알게 됐어요.
크게 나누면 세 가지예요. 첫 번째는 중국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중국 학생들이랑 완전히 똑같이 공부하는 일반 유학 방식이에요. 중국어가 기본 이상 되어야 하고, 가오카오(高考, 중국 수능)를 목표로 한다면 이 루트예요.
두 번째는 국제부(国际部) 예요. 일반 중국 명문 고등학교 안에 국제학생을 위한 별도 반이 있는 형태예요. 영어로 수업하거나 IB·AP 커리큘럼을 따르는 경우가 많고,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입학할 수 있어요. 목표는 해외 대학 진학이 되는 거고요.
세 번째는 국제학교 예요.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는 외국인 학교, 국제학교가 많아요. 비용이 제일 비싸지만, 적응이 제일 쉬운 환경이에요.
저는 두 번째 루트, 그러니까 명문 고등학교 국제부에 꽂혔어요. 상하이중학 국제부(SHSID)라는 곳이 있는데, 찾아보니까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국제학교 중 하나더라고요. 졸업생들이 하버드, 옥스퍼드, 도쿄대 같은 곳에 가는 학교예요.
그걸 보면서 "여기 내가 가야 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엄마한테 들킨 날
조사한 내용을 노트에 정리해뒀었는데, 엄마가 방 청소하다가 발견하셨어요.
"이게 뭐야?"
그 목소리 톤에서 이미 예감이 왔어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죠.
노트에는 SHSID 입학 조건, 학비, 기숙사 비용, 상하이 생활비 같은 게 빼곡히 적혀 있었어요. 제 글씨로요. 부정할 수가 없었죠.
그날 저녁 식탁이 굉장히 무거웠어요. 아빠는 TV 보시면서도 분위기 파악하고 조용히 계셨고, 엄마는 밥 먹는 내내 아무 말씀을 안 하셨어요. 그게 더 무서웠어요. 차라리 혼나면 나은데.
식사 끝나고 엄마가 제 방에 오셨어요.
"중국 가고 싶어?"
"...응."
"왜?"
그 질문에 저는 준비했던 대로 대답했어요. 중국어의 미래 가치, 현지 인맥의 중요성, 상하이라는 도시의 성장 가능성. 노트에 적어뒀던 내용들을요.
엄마는 한참 들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혼자 이렇게 많이 알아봤어?"
그 말투가 화난 게 아니라, 놀란 것 같았어요. 그게 또 의외였어요.
엄마가 조건을 달았어요
바로 허락이 떨어진 건 아니었어요.
엄마는 일주일 시간을 달라고 하셨어요. 그동안 엄마도 알아보겠다고요. 저는 속으로 "엄마가 알아보면 무서운 것만 나올 텐데..." 싶었는데, 일주일 후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가려면 제대로 가라. 단, 조건이 있어."
조건은 세 가지였어요.
첫째, 학교는 기숙사가 있는 곳일 것. 혼자 원룸에서 살게는 못 한다고 하셨어요.
둘째, 한 학기마다 성적표 보낼 것. 공부 안 하면 바로 귀국.
셋째, 방학 때는 반드시 한국 올 것. 그건 협상 없음.
저는 다 수락했어요. 그리고 몰래 주먹을 쥐었습니다. 🥹
상하이에서의 첫 달
SHSID 입학은 생각보다 준비가 많이 필요했어요.
영어 공인성적(TOEFL 혹은 IELTS), 학교 내신 성적, 추천서, 에세이, 인터뷰까지 있어요. 저는 영어는 자신 있었는데 에세이랑 인터뷰 준비가 제일 힘들었어요.
합격하고 상하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엄마랑 눈물 흘리면서 헤어졌어요. 엄마는 "밥 잘 먹어라"를 열 번 이상 하셨어요.
기숙사 방에 짐 풀고 혼자 앉아 있었을 때, 처음으로 "내가 잘한 거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이 너무 낯설었고, 복도에서 들리는 말들이 다 중국어였고, 친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낯섦이 딱 하루였어요.
옆방 애가 먼저 노크해서 인사를 건넸거든요. 한국계 미국인이었는데, 영어로 말을 걸어줘서 살 것 같았어요. 그 친구 덕분에 학교 적응이 훨씬 빨랐어요.
상하이에서 살면서 느낀 것들
두 가지가 제일 충격이었어요.
하나는 속도예요. 상하이는 뭐든 빨라요. 배달이 30분 안에 와요. 신기술이 한국보다 먼저 들어오는 것도 있어요. 결제 문화가 특히 그래요. 현금 쓰는 사람이 거의 없고 다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써요. 처음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익숙해지니까 너무 편했어요.
다른 하나는 다양성이에요. SHSID에는 진짜 전 세계 학생들이 다 있어요.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인도, 브라질... 같은 반에 국적이 10개가 넘었어요. 거기서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하고,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건 한국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거였어요.
중국어도 빠르게 늘었어요. 수업은 영어로 하지만, 밖에 나가면 다 중국어니까요. 식당 주문하고, 지하철 물어보고, 동네 가게에서 흥정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입에서 중국어가 나와요. 살아있는 언어 공부가 뭔지 처음 알았어요.
엄마한테 처음으로 전화해서 울었던 날
입학하고 두 달쯤 됐을 때예요.
학교 행사가 있어서 늦게까지 있다가 혼자 기숙사로 걸어오는데, 갑자기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된장찌개요. 이상하게 그날따라 된장찌개 냄새가 나는 것 같았어요. 환각이었겠죠.
기숙사 방에 들어와서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별 말 안 했어요. "엄마, 나 잘 지내" 했는데 목이 메어서 말이 안 나왔어요.
엄마가 "왜, 힘들어?" 하셨는데 그 말에 눈물이 터졌어요. 엄마도 전화기 너머로 우셨어요.
그날 30분 통화하면서 든 생각이 있어요.
집이 그리운 게 나약한 게 아니구나. 이게 혼자 서고 있다는 증거구나.
그 이후로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중국 유학을 고민하는 분들께
중국 유학, 특히 상하이 같은 대도시 유학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걸 줘요.
언어, 인맥, 세계를 보는 시야. 그리고 혼자 살아내는 힘.
쉽지는 않아요. 부모님 설득도 해야 하고, 입시 준비도 해야 하고, 낯선 환경에 적응도 해야 해요. 근데 저는 지금도 중학교 3학년 때 엄마 몰래 노트에 SHSID 학비 적어가며 알아보던 그 저한테 고맙거든요.
용기 내서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이 경험이 있는 거니까요.
망설이고 계신 분들, 일단 알아보세요. 알아보다 보면 길이 보여요. 저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