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 25cm의 두개골. 돔처럼 솟아오른 단단한 뼈. 파키케팔로사우루스(Pachycephalosaurus wyomingensis)의 머리를 처음 본 사람은 누구나 같은 상상을 한다. "저것으로 들이받았겠구나." 그런데 실제로 박치기를 했을까?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 지난 50년간 고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논쟁이 되고 있다. 뼈의 구조, 역학 모델, 화석 표면의 병변까지 — 모든 증거를 분석해 보자.
| 파키케팔로사우루스 기본 데이터
- 학명: Pachycephalosaurus wyomingensis
- 생존 시기: 백악기 후기 (약 6,800만~6,600만 년 전)
- 발견지: 미국 몬태나, 사우스다코타, 와이오밍 주
- 몸길이: 약 4.5m
- 체중: 약 450kg
- 두개골 돔 두께: 최대 25cm
- 분류: 조반목 — 파키케팔로사우루스과
| 박치기 찬성론 — 구조가 충돌을 위해 만들어졌다
박치기를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두개골 돔의 내부 구조다. 단순히 두꺼운 뼈가 아니라, 내부가 여러 겹의 구조적 지지대로 이루어져 있어 충격을 분산시키기에 최적화된 형태다. 공학적으로 분석하면 이 구조는 반복적인 압축 충격을 견디도록 설계된 구조와 유사하다.
또한 두개골 바닥과 척추의 연결부가 충격 흡수에 유리한 각도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 박치기 가설을 지지한다. 몇몇 표본의 두개골 돔 표면에서 발견된 구멍과 거친 표면 조직은 실제 충돌로 인한 병변(외상성 골 병변)으로 해석됐다. 2012년 요셉 피터슨(Joseph Peterson) 팀의 연구는 이 병변이 동물 간 격투에서 발생하는 골 흡수 및 재형성 흔적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 박치기 반대론 — 구조가 충격을 버틸 수 없다
그러나 역학적 분석은 다른 결과를 낸다. 2013년 에반 시어링(Evan Saitta)과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유한요소분석(FEA) 연구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정면 충돌을 했을 경우 두개골 기저부와 경추(목뼈)에 치명적인 부하가 걸린다는 것을 보여줬다. 현생 빅혼양(Bighorn Sheep)이 박치기를 할 때는 앞쪽으로 숙인 자세와 구부러진 목이 충격을 흡수하지만,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해부학적 구조는 이런 충격 흡수 메커니즘이 약하다는 것이다.
2022년 발표된 연구는 두개골 표면 병변이 실제 골 외상이 아니라 화석화 과정에서 생기는 화학적 부식(diagenetic pitting)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즉 충돌의 흔적이라고 본 것이 단순한 화석 보존 과정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 측면 충돌 가설 — 절충점
현재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은 정면 충돌이 아니라 측면 밀치기(flank-butting) 가설이다. 빅혼양이나 머스크 옥스 같은 현생 동물들도 때로는 머리를 측면에 부딪혀 힘 겨루기를 한다.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경우 돔 측면 구조가 정면보다 더 충격에 강한 것으로 분석돼, 옆면으로 부딪히는 방식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이 맞다면 두개골 돔은 정면 충돌 무기가 아니라 측면 충격을 견디는 방어용 구조이거나, 과시를 위한 시각적 신호일 가능성이 더 높다.
| 스티기몰로크와 드라코렉스 — 같은 공룡의 어린 개체?
파키케팔로사우루스 논쟁의 또 다른 흥미로운 축은 다른 공룡 종들과의 관계다. 한때 별개 종으로 분류됐던 스티기몰로크(Stygimoloch spinifer)와 드라코렉스(Dracorex hogwartsia)가 실제로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어린 개체 또는 아성체일 수 있다는 연구가 2009년 발표됐다. 어린 개체는 돔이 납작하고 가시 모양 돌기가 많다가, 성장하면서 돔이 높아지고 가시가 흡수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맞다면 파키케팔로사우루스 속의 두개골 형태 변화는 현생 동물의 성장 과정과 유사한 개체 발생의 결과다.
| 과시 기능 —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가설
박치기도 방어도 아닌 세 번째 가설은 순수한 시각적 과시다. 동물의 세계에서 뿔, 볏, 지느러미, 색상 등은 단지 싸움을 위한 게 아니라 종 내 구별, 성선택, 사회적 서열 표시를 위해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돔이 멀리서도 눈에 띄는 구조라는 점, 그리고 두개골 표면의 결절(nodule)과 텍스처가 색소를 나타내거나 피부 구조를 지지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화려한 색깔의 과시 구조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있다. 수컷이 더 큰 돔을 가졌다면 암컷을 유인하는 성선택 형질이었을 것이다.
| 결론 — 아직 답은 없다
솔직히 말하면,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박치기를 했는지 아닌지 현재 과학은 확정적인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치기를 지지하는 구조적 증거도 있고, 반박하는 역학적 분석도 있다. 가장 정직한 답은 "제한적인 박치기(측면 접촉형) 가능성은 있으나, 현생 양처럼 정면 충돌식 박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더 많은 완전한 화석 표본과 정밀한 골 조직 분석이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