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공원'이라는 이름 때문에, 우리는 공룡 시대를 '쥐라기'로 뭉뚱그리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벨로시랩터는 쥐라기에 살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백악기 공룡이다. 진짜 쥐라기에는 어떤 공룡들이 살았을까. 그리고 왜 이 시기를 '공룡의 황금기'라고 부를까. 이 글에서는 쥐라기의 지리·기후·주요 공룡·바다·하늘까지 종합적으로 탐험한다.

▲ 쥐라기 후기 해안 풍경 — 공룡 황금기의 전형적 모습
쥐라기는 언제였나
- 기간: 약 2억 130만~1억 4,500만 년 전
- 지속 기간: 약 5,700만 년
- 이전 시대: 트라이아스기 (공룡 초창기)
- 다음 시대: 백악기 (공룡 후기 전성기)
- 기온: 지금보다 3~7도 높음
- 산소 농도: 현재와 비슷한 21% 수준
- CO2 농도: 현재의 약 5배
쥐라기 이름의 유래는 프랑스-스위스 국경의 쥐라 산맥이다. 이곳에서 이 시대 지층이 특히 잘 연구됐기 때문. 쥬라기공원 영화가 이 이름을 달았을 때 대중은 "공룡 시대 = 쥐라기"라고 오해하게 됐지만, 사실 공룡은 쥐라기 전후로도 수천만 년씩 살았다. 쥬라기공원이 '백악기공원'이라 불렸다면 과학적으로는 더 정확했을 것.
왜 '공룡의 황금기'인가
1. 판게아의 분리
쥐라기 초반까지 지구의 대륙은 하나의 거대한 '판게아'로 붙어 있었다. 쥐라기 내내 판게아가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대서양이 형성됐고, 북아메리카가 유럽-아프리카에서 분리됐다. 이 지리적 변화는 새로운 해양, 새로운 기후,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만들어냈다.
격리된 대륙에선 각자의 공룡이 독자적으로 진화했다. 결과는 엄청난 다양성 폭발이다. 북미에서는 알로사우루스·브라키오사우루스 계열이, 유럽에서는 조금 다른 용각류가, 아프리카에서는 독특한 기갑공룡이 각각 발달했다. 같은 먹이사슬 같은 역할을 서로 다른 대륙의 다른 공룡이 맡은 셈.
2. 기후 — 따뜻하고 습한 온실
쥐라기 기후는 따뜻하고 습했다. 전 지구적으로 열대 기후가 지배적이었고, 극지방에도 숲이 우거졌다. 이 환경은 거대한 식물을 가능케 했고, 그 식물을 먹는 거대 초식공룡도 번성했다. 초식이 거대해지면 그들을 사냥하는 대형 육식공룡도 발전한다. 생태 피라미드 전체가 커졌다.
해수면도 지금보다 100m 이상 높았다. 유럽 대부분이 얕은 바다에 잠겨 있었고, 지금의 북해 지역은 거대한 산호초 군락이었다. 바다와 육지의 비율이 현대와 상당히 달랐다.
3. 용각류의 시대
쥐라기를 상징하는 건 단연 용각류(Sauropod) 공룡들이다. 브라키오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아파토사우루스, 카마라사우루스. 이들은 몸길이 20~30m, 무게 30~80톤에 이르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육상 동물이다. 이런 거대 체격은 오직 쥐라기 환경에서만 가능했다.
쥐라기 공룡 빅5
① 브라키오사우루스 (앞다리가 긴 거인)
가장 유명한 쥐라기 용각류. 몸길이 22~26m, 키 12m. 긴 앞다리 덕분에 기린처럼 목을 높이 들 수 있었다. 쥬라기공원 1편에서 주인공들을 감동시킨 그 공룡. (※ 자세한 얘기는 04번 글 참고)
② 디플로도쿠스 (꼬리가 유난히 긴 용각류)
브라키오사우루스와 같은 시대 북미에 살았던 또 다른 거대 용각류. 몸길이 27m에 달하지만, 그중 절반 이상이 꼬리다. 긴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방어에 쓸 수 있었다는 설이 있다. 실제 2022년 시뮬레이션에서 디플로도쿠스 꼬리 끝이 음속(시속 1,200km)에 가까운 속도로 휘둘러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채찍 소리가 수 km 떨어진 곳까지 들렸을 것.
③ 알로사우루스 (쥐라기의 티라노)
쥐라기 최상위 포식자. 몸길이 8.5m, 무게 2.3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작지만 더 날렵하다. 팔도 더 길고 기능적이다. 알로사우루스 이빨 자국이 남은 디플로도쿠스 척추가 발견된 적 있어, 거대 용각류를 사냥했음이 확인됐다. 이 구도가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④ 스테고사우루스 (등에 골판 단 초식공룡)
쥐라기를 대표하는 갑옷 공룡. 등의 이중 골판과 꼬리 끝의 타고마이저가 상징. (※ 05번 글 참고)
⑤ 시조새 (아르카이옵테릭스)
공룡과 새를 잇는 결정적 존재. 쥐라기 후기 독일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은 공룡의 뼈 구조에 현생 새의 깃털을 가진 이상한 생물을 드러냈다. 이 발견이 "공룡은 새의 조상"이라는 가설을 결정적으로 밀어붙였다.

▲ 쥐라기 상징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
쥐라기 바다의 지배자
쥐라기 바다엔 공룡이 아닌 다른 해양 파충류가 번성했다. 주인공은 세 그룹.
- 어룡 (익티오사우루스): 돌고래처럼 생긴 파충류. 빠른 수영으로 물고기 사냥. 몸길이 3~8m.
- 수장룡 (플리오사우루스 등): 긴 목 또는 큰 머리로 먹잇감 사냥. 잠수함 같은 몸체. 최대 10m.
- 해양 악어: 지금의 악어 조상. 바다에서 살던 전문 수영 종도 있었다.
쥐라기 바다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괴물'들이 살았던 장소였다. 플레시오사우루스의 긴 목은 네스호 괴물 전설의 모티브로 자주 언급된다.
쥐라기 하늘 — 익룡의 초창기
익룡도 쥐라기에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랴오라고차르 같은 원시 익룡은 꼬리가 길고 크기가 작았다. 백악기의 프테라노돈이 대형화되기 전, 쥐라기 익룡들은 대체로 까마귀~갈매기 크기였다. 단순한 형태의 활공에서 능동 비행으로 진화하는 과정이 쥐라기에 완성됐다.
2019년 Nature에 실린 연구에서는 쥐라기 익룡 약 40종을 비교 분석해, 비행 방식의 진화 과정을 복원했다. 쥐라기 초기 익룡은 주로 활공했고, 후기로 갈수록 날갯짓이 정교해졌다는 결론.
쥐라기 한반도는 어땠을까
한반도에서 쥐라기 공룡 화석은 백악기 화석에 비해 훨씬 드물다. 한반도 지층에서 잘 남은 공룡 화석은 주로 백악기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쥐라기 지층 자체는 일부 발견된다. 경남 진주 남강 일대, 충남 공주 지역이 쥐라기에 가깝다. 당시 한반도는 공룡이 살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화석 증거가 부족하다.
일본에선 쥐라기 공룡 화석이 더 많이 발견된다. 한반도도 쥐라기 지층 탐사가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 새로운 발견이 기대된다. 2022년 충남에서 초기 쥐라기 지층이 확인돼 서울대 연구팀이 탐사 중.
영화와 실제의 차이
'쥬라기공원' 영화의 공룡들 중 실제로 쥐라기에 살았던 종은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딜로포사우루스(짧게 등장) 정도다. 나머지 티라노, 트리케라톱스, 벨로시랩터는 모두 백악기 공룡이다. 영화 제목을 백악기 공원이라 했어야 정확하지만 어감이 안 살아서 쥐라기라 했다는 게 정설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이 소설 집필 전 고생물학자들과 자문했을 때 "이름이 멋있어서"라고 밝혔다는 일화가 있다. 덕분에 우리 모두 공룡 시대 = 쥐라기로 30년 넘게 오해해왔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쥐라기와 백악기 어느 쪽이 더 다양했나?
A. 종 수는 백악기가 더 많다. 하지만 거대 용각류는 쥐라기가 훨씬 많고 컸다. 각각 특징이 다른 황금기.
Q2. 쥐라기에 인간은 생존할 수 있었을까?
A. 기후는 견딜 만함(따뜻하고 습함). 하지만 거대 포식자와 질병 문제로 생존이 쉽지 않았을 것. 특히 알로사우루스 같은 빠른 포식자를 피하기 어려움.
Q3. 쥐라기 지층이 유명한 나라는?
A. 독일(시조새), 미국 콜로라도(브라키오사우루스·알로사우루스), 탄자니아(텐다구루 지층), 포르투갈이 대표적.
정리
- 쥐라기 ≠ 쥬라기공원 공룡 시대. 대부분의 영화 속 공룡은 백악기에 살았다.
- 쥐라기는 용각류의 전성기. 브라키오사우루스·디플로도쿠스 같은 거대 초식공룡이 번성.
- 시조새가 등장한 시대. 공룡이 새로 진화하는 결정적 시기가 쥐라기 후기.
다음 글에서는 공룡 역사의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라이아스기에 어떻게 공룡이 처음 등장했고, 그들이 얼마나 초라한 시작이었는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