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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트라이아스기 — 공룡이 처음 등장한 '작고 초라한 시작'

by hakung 2026.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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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책을 보면 대부분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이들이 등장하기 수천만 년 전에 공룡이 처음 나타났다. 그 시작은 의외로 초라했다. 몸길이 1m 남짓, 마치 큰 도마뱀 같은 모습. 당시 지구 지배자들은 따로 있었고, 공룡은 한참 조연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 작은 동물이 이후 1억 6천만 년간 지구를 지배하게 됐을까. 이 글에서는 공룡의 기원 이야기를 지구 역사의 가장 큰 멸종 사건부터 추적한다.

▲ 건조한 붉은 사암 지대 — 트라이아스기 후기의 전형적 경관

트라이아스기란

  • 기간: 약 2억 5,200만~2억 130만 년 전
  • 지속: 약 5,100만 년
  • 이전: 페름기 (대멸종으로 끝남)
  • 다음: 쥐라기
  • 평균 기온: 현재보다 3~10도 높음, 극도로 건조
  • 산소 농도: 약 16% (현재 21%보다 낮음)
  • 대륙 구성: 초대륙 판게아 (하나의 거대 대륙)

중생대의 첫 번째 기다. '삼첩기'라고도 부른다. 독일 지층이 세 층으로 나뉘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쥐라기·백악기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공룡의 기원이 바로 이 시기에 있다.

트라이아스기의 배경 — 지구 최악의 멸종 직후

트라이아스기 시작의 핵심 배경은 페름기 말 대멸종이다. 약 2억 5,200만 년 전, 지구는 역사상 가장 큰 멸종 사건을 겪었다. 바다 생물의 96%, 육상 생물의 70%가 사라졌다. 공룡이 종말을 맞은 6,600만 년 전 운석 충돌 멸종보다도 훨씬 컸다.

이 사건은 주로 시베리아 일대의 거대 화산 폭발, 이어지는 산소 농도 급감, 이산화탄소 급증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생태계가 완전히 리셋됐다.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이라 불리는 이 화산 분화는 100만 년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재앙이었다.

그 빈 자리를 누가 채웠을까. 몇몇 살아남은 파충류 계통이 빠르게 진화하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공룡의 조상이 탄생했다. 2억 3천만 년 전쯤이다. 즉 대멸종 후 약 2천만 년이 지난 시점.

공룡의 탄생

1. 최초의 공룡, 에오랍토르와 헤레라사우루스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공룡 중 하나는 에오랍토르(Eoraptor)다. 1991년 아르헨티나 북서부에서 발견됐고, 약 2억 3,100만 년 전 지층에서 나왔다. 몸길이 1m, 체중 10kg 남짓한 소형 육식공룡이다.

비슷한 시기의 헤레라사우루스(Herrerasaurus)도 초기 공룡 중 하나로, 몸길이 3~6m 정도. 이들은 두 발로 걷고, 긴 꼬리로 균형을 잡았으며, 이빨로 작은 동물을 사냥했다. 크기만 보면 그저 몇몇 파충류에 불과했다. 지구 지배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페름기 말 대멸종 직후의 생태계 공백을 서서히 채워가는 새로운 도전자 정도였다.

이 두 공룡의 발견지 이스치괄라스토(Ischigualasto) 지층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달의 계곡(Valle de la Luna)'이라는 별명처럼 건조하고 붉은 사암 지형이 특징. 방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2억 3천만 년 전 생명이 처음 발자국을 남긴 곳을 실제로 걸어보는 감회가 있다고 말한다.

2. 당시 지구의 진짜 지배자는?

공룡이 등장한 시기, 지구 육상 최상위 포식자는 악어와 비슷한 파충류 그룹이었다. 정확하게는 '악어선 파충류(Pseudosuchia)'라는 계통이다. 예를 들어 포스토수쿠스, 사우로수쿠스 같은 대형 포식자들이 공룡보다 훨씬 덩치가 컸다. 길이 5~7m, 무게 수백 kg. 작은 초기 공룡은 이들의 먹잇감이었다.

트라이아스기에는 공룡이 지배자가 아니었다. 악어 친척이 지배했고, 공룡은 그 틈새를 기어다니는 조연이었다. 만약 트라이아스기 후반의 지구에 시간 여행을 간다면, '공룡 시대'라는 느낌보다 '거대 악어 시대'라는 느낌이 더 강했을 것이다.

대역전 —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약 2억 130만 년 전, 또 한 번의 대멸종이 왔다. 트라이아스기-쥐라기 경계 멸종이다. 화산 활동과 기후 격변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때 지구 생물의 약 34%가 멸종했다.

결정적으로, 당시 지배자였던 대형 악어선 파충류가 대부분 사라졌다. 반면 공룡은 살아남았다. 왜 공룡만 살아남았는지는 지금도 활발히 연구되는 주제다. 한 가설은 "공룡의 직립보행 구조가 에너지 효율이 더 좋았다", 또 다른 가설은 "공룡의 폐 구조(새와 비슷한 기낭)가 저산소 환경에 유리했다"는 것.

2021년 Nature Geoscience에 실린 연구에서는 트라이아스기 말 산소 농도가 12%까지 급락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현대 에베레스트 정상 수준. 이런 저산소 환경에서는 효율적인 호흡 시스템을 가진 공룡이 유리했다. 공룡의 기낭 호흡은 현생 새와 같은 원리로, 산소를 더 효과적으로 추출한다.

결과적으로 공룡은 빈 자리를 차지했고, 쥐라기에 들어 폭발적으로 다양화·거대화한다. 일종의 '제2 시도'. 지구 생태계가 공룡을 선택한 순간이다.

트라이아스기의 지구 환경

하나의 대륙, 판게아

트라이아스기 대부분 동안 지구 대륙은 판게아라는 하나의 거대 대륙으로 붙어 있었다. 판게아의 중앙은 극단적으로 건조한 사막이었다. 바다에서 멀어서 비가 거의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안가에는 식물이 있었지만 내륙은 지금의 사하라 사막과 비슷한 환경이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에오랍토르와 같은 초기 공룡은 주로 판게아 남부(남반구), 특히 지금의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된다. 습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식물이 풍부했던 곳. 반면 북아메리카나 유럽의 트라이아스기 지층에서는 공룡 화석이 드물다.

식물

트라이아스기 식물은 단조로웠다. 쥐라기·백악기에 번성한 침엽수, 은행나무, 양치식물의 조상 격 식물들이 있었지만 다양성은 낮았다. 꽃식물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숲은 초록 단색으로 단순했다.

기후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건조. 극지방에도 빙하는 없었다. 대륙 내륙은 건조, 해안은 온난 습윤. 이런 환경에서 공룡 조상들은 주로 해안 지역과 강가에 서식했다. 물이 생명선인 세상.

자주 묻는 질문

Q. 트라이아스기 공룡 화석은 어디서 발견되나?

A. 가장 유명한 곳은 아르헨티나 북서부 이스치괄라스토 지층이다. 에오랍토르, 헤레라사우루스 등 초기 공룡들이 대부분 여기서 나왔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브라질, 아프리카 남부, 인도에서도 초기 공룡 화석이 발견된다.

Q. 한국에서도 트라이아스기 공룡이 발견됐나?

A. 한반도의 트라이아스기 지층 자체는 있지만, 공룡 화석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지층 보존 상태가 공룡 뼈를 남기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한국의 공룡 화석은 거의 전부 백악기 것이다.

Q. 공룡과 같은 시대에 다른 어떤 동물이 살았나?

A. 포유류의 조상(키노돈트)도 트라이아스기에 등장했다. 쥐 크기의 작은 야행성 동물들이었다. 이들은 이후 1억 6천만 년간 공룡 그늘에 숨어 살다가, 공룡이 멸종한 뒤 무대를 장악했다. 포유류와 공룡은 사실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길을 시작한 '동기'인 셈이다. 인간의 먼 조상이 공룡의 먼 조상과 같은 시대에 작은 야행성 쥐 형태로 공존했다는 사실은 의외로 많은 사람이 모른다.

Q. 초기 공룡은 무엇을 먹었나?

A. 대부분 육식. 에오랍토르는 소형 파충류·곤충 사냥. 초식 공룡은 트라이아스기 후반부터 등장했다. 에오사우루스, 플라테오사우루스 등이 초기 초식공룡.

정리

  1. 최초의 공룡은 작았다. 에오랍토르는 몸길이 1m, 체중 10kg 수준.
  2. 트라이아스기 지배자는 악어 친척. 공룡은 조연에 불과했다.
  3. 트라이아스기-쥐라기 경계 멸종이 공룡의 도약 계기. 경쟁자가 사라지자 공룡이 무대를 차지했다.

이 작은 시작이 어떻게 거대한 제국을 만들었는지, 쥐라기·백악기의 번성은 이미 다뤘다. 공룡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거대함의 정점보다 '어떻게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기회를 잡았는지'가 더 인상적이다. 초기 공룡은 포식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아 경쟁자가 사라진 뒤 무대를 차지했다.

다음 글에서는 공룡 화석이 어떻게 발견되고 연구되는지, 고생물학자의 하루를 들여다본다. 현장에서 부드러운 붓으로 수천만 년 전 뼈를 어떻게 꺼내는지, 공룡 연구자들의 실제 작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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