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룡

공룡은 어떻게 잠을 잤을까 — 수면 자세, 시간, 뇌파의 흔적

by hakung 2026. 5. 2.
반응형

7톤짜리 동물이 눕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그게 정말 가능했을까. 공룡의 수면은 화석으로 직접 확인하기 가장 어려운 행동 중 하나다. 그런데 잠든 자세로 화석화된 공룡이 실제로 발견됐다. 그리고 현존 조류와 악어류의 수면 방식을 역추적하면 공룡의 수면 패턴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공룡은 잠을 잤고, 아마도 꿈도 꿨을 것이다.

수면 연구에 사용하는 단서들

  • 화석 자세: 머리를 날개나 앞다리 위에 얹은 채 화석화된 사례
  • 계통 역추적: 조류(REM 수면 확인)와 악어(단파 수면 확인)에서 공통 패턴 추출
  • 안와 크기: 눈 구멍 지름으로 야행성/주행성 추정
  • 공막환(sclerotic ring): 눈 내부 뼈 구조로 동공 크기와 활동 시간대 추정 가능

잠든 공룡 화석 — 트루돈과 메이롱

2004년 중국에서 발굴된 메이롱(Mei long)은 고생물학계에서 "잠든 공룡"이라고 불린다. 이 소형 트로오돈류 공룡은 앞발 위에 머리를 얹고 몸을 웅크린 자세로 화석화됐다. 현존 조류가 수면 시 취하는 자세와 거의 동일하다. 새들이 잠들 때 머리를 날개 아래에 묻거나 발 위에 얹는 것은 두뇌와 눈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다. 메이롱의 수면 자세는 조류의 수면 행동이 공룡에서부터 이어져 온 것임을 보여주는 직접 화석 증거다.

REM 수면이 있었을까

REM 수면(렘수면)은 꿈을 꾸는 수면 단계다. 뇌가 활발히 활동하고 안구가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지금까지 REM 수면이 확인된 동물은 포유류와 조류뿐이었다. 그런데 2016년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에서 파충류(도마뱀의 일종인 아우스트랄리안 드래곤)도 조류·포유류와 유사한 수면 파형을 보인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발견은 렘수면이 조류와 포유류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게 아니라, 더 오래된 공통 조상에서 이미 존재했을 가능성을 열었다. 공룡도 어떤 형태로든 렘수면 단계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형 공룡은 어떻게 잠을 잤나

70톤짜리 용각류가 옆으로 눕는 장면을 상상하면 좀 당혹스럽다. 현존 대형 초식동물을 보면 단서가 나온다. 코끼리는 하루 두 시간 정도만 눕고 나머지는 서서 잔다. 눕는 것 자체가 내장에 부담을 주고 일어나는 것도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용각류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부분의 시간은 서서 혹은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깊은 수면 단계에서만 짧게 눕는 방식을 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자국 화석 중에 특정 위치에 깊게 찍힌 흔적들이 모여 있는 사례가 발견되는데, 이를 무리의 휴식 장소로 해석하는 연구자도 있다.

야행성이었나, 주행성이었나

공막환(sclerotic ring)은 눈 안에 있는 뼈 고리로, 그 형태로 동공의 크기와 시야를 추정할 수 있다. 2011년 발표된 연구에서 여러 공룡 종의 공막환을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패턴이 나왔다. 소형 수각류 중에는 야행성에 가까운 큰 눈 구조를 가진 종이 있었고, 대형 초식공룡들은 주행성 패턴을 보였다. 그리고 트로오돈류 일부는 주야 모두 활동하는 황혼형(cathemeral) 패턴으로 나타났다. 모든 공룡이 낮에만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정리

공룡의 수면에 대해 기억할 세 가지.

  1. 잠든 자세로 화석화된 공룡이 실제로 있다. 메이롱은 현존 조류의 수면 자세와 동일하게 발견됐다.
  2. 렘수면의 기원이 공룡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이 생겼다. 공룡도 꿈을 꿨을 수 있다.
  3. 모든 공룡이 주행성은 아니었다. 눈 구조 분석으로 야행성 종도 있었음이 확인됐다.

잠드는 행동은 생존과 직결된다. 공룡은 어떤 방식으로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수억 년의 진화를 이어왔다. 그 수면의 흔적이 화석 속에 고요하게 남아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