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고사우루스를 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등을 따라 두 줄로 솟은 마름모꼴 골판들이다. 총 17~22개, 가장 큰 것은 높이 60cm가 넘는다. 이 구조물의 기능은 고생물학계에서 수십 년째 논쟁 중이다. 태양열을 흡수하는 라디에이터인가, 짝에게 자신을 알리는 디스플레이 장치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 현재까지 나온 증거들을 정리한다.
기본 수치
- 전장: 약 9m, 체중: 약 5~7톤
- 골판 수: 17~22개 (개체마다 차이 있음)
- 가장 큰 골판 높이: 약 60~75cm
- 꼬리 가시(thagomizer) 수: 4개, 길이 약 60~90cm
- 뇌 크기: 약 70~80cm³ — 호두만 한 크기 (체중 대비 가장 작은 뇌 비율 중 하나)
- 생존 시기: 쥐라기 후기 약 1억5500만~1억5000만 년 전
체온 조절 가설 — 한때 정설이었다
1970~80년대에 가장 많이 지지받은 가설이다. 골판 표면에 혈관 홈이 촘촘하게 패어 있고, 내부에도 혈관이 통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조가 남아 있다. 이를 근거로 골판이 태양을 향할 때는 열을 흡수하고, 바람을 향할 때는 열을 방출하는 라디에이터 역할을 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 가설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골판의 표면적이 체온 조절에 필요한 크기로는 실제로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왔고, 골판이 몸 측면이 아닌 등 위쪽에 위치해 있어 능동적 방향 조절이 어렵다는 지적도 따랐다.
과시 가설 — 점점 강해지는 증거
골판에 혈류가 많았다면 색깔을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현존 이구아나나 도마뱀이 목 아래 피부 주름에 혈류를 보내 빨갛게 만드는 것처럼,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도 흥분하거나 위협을 받을 때 다른 색으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같은 종이지만 골판 형태가 개체마다 조금씩 달랐다는 연구도 있다. 종 내 개체 식별에 쓰였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과시 기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최근 연구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방어 기능 — 제한적이었다
골판이 방어에 쓰였을 가능성은 낮다. 몸 측면이나 배 쪽은 무방비 상태다. 골판이 등 가운데를 따라 배치되어 있어 실제 포식자의 공격 루트(목, 옆구리)를 막는 데는 비효율적이다. 반면 꼬리 끝의 네 개 가시(thagomizer)는 다르다. 스테고사우루스 꼬리 가시와 맞는 구멍이 뚫린 알로사우루스 골반뼈가 발견됐다. 이건 방어 행동의 직접 증거다. 방어는 골판이 아니라 꼬리 가시가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뇌가 호두만 했다는 오해
스테고사우루스는 오랫동안 "뇌가 호두만 하다"는 이야기로 유명했다. 실제로 뇌 용적이 약 70cm³ 정도로 매우 작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19세기에 제기됐던 "엉덩이 뇌(sacral brain)" 가설, 즉 골반 부위에 두 번째 신경 중추가 있었다는 주장은 현재 부정됐다. 그 자리는 뇌가 아니라 신경 조직이나 글리코겐 덩어리가 들어있던 공간으로 재해석됐다. 뇌가 작다는 사실은 맞지만, 뇌가 두 개였다는 건 틀렸다.
정리
스테고사우루스 골판에 대해 기억할 세 가지.
- 체온 조절 가설은 구조적 계산 문제로 힘을 잃었다. 현재는 과시 기능이 더 유력하다.
- 골판에 혈류가 흘렀다면 색깔이 변했을 수 있다. 의사소통 장치였을 가능성이 있다.
- 방어는 꼬리 가시가 맡았다. 알로사우루스 뼈에 남은 구멍이 그 증거다.
골판의 정확한 기능은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체온 조절, 과시, 종 인식이 동시에 작동했을 수도 있다. 하나의 구조물이 여러 역할을 겸하는 건 진화에서 매우 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