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오랫동안 둔하고 느린 생물로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20년간의 연구는 이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고 있다. 뇌 크기와 신경 구조를 분석한 결과, 일부 공룡들은 현생 포유류에 버금가는 복잡한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공룡은 오늘날의 악어나 도마뱀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가졌겠지만, 그 스펙트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었다.
| 공룡 지능을 측정하는 방법 — EQ란 무엇인가
동물의 지능을 측정할 때 뇌의 절대 크기만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코끼리의 뇌가 인간보다 훨씬 크지만, 인간이 훨씬 뛰어난 인지 능력을 가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EQ(Encephalization Quotient, 뇌화지수)를 사용한다. EQ는 실제 뇌 크기를 같은 체중의 동물이 가져야 할 예상 뇌 크기로 나눈 값이다. EQ가 1.0이면 평균, 1.0 이상이면 평균보다 지능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 인간: EQ ≈ 7.5
- 돌고래: EQ ≈ 4.0~5.0
- 침팬지: EQ ≈ 2.5
- 개: EQ ≈ 1.2
- 악어(현생): EQ ≈ 0.1~0.2
- 트로오돈(공룡): EQ ≈ 5.8 (추정)
- 티라노사우루스: EQ ≈ 2.0~2.8 (추정)
- 브라키오사우루스: EQ ≈ 0.04 (추정)
단, 공룡의 EQ는 두개강(뇌를 담는 공간)을 기반으로 추정한 값이라 실제 뇌가 두개강을 얼마나 채웠는지에 따라 오차가 크다. 최근 연구들은 기존 추정치가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는 경고도 한다.
| 트로오돈 — 공룡 중 가장 영리했던 후보
트로오돈(Troodon formosus)은 1980년대 고생물학자 데일 러셀(Dale Russell)이 "만약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인간형 지능을 가진 생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제안한 공룡이다. 몸길이 2m의 소형 수각류인 트로오돈은 체중 대비 뇌의 비율이 당시 알려진 공룡 중 가장 높았고, 눈이 매우 커서 전방을 향해 있었다. 이는 입체시(양안시)가 발달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뒷발의 낫 모양 발톱은 벨로시랩터와 유사한 구조였다.
그러나 2023년 발표된 재분석 연구는 트로오돈의 EQ가 기존 추정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두개강이 뇌뿐 아니라 혈관과 후각 기관으로도 채워졌다는 것이다. 트로오돈의 지능은 현생 조류(까마귀, 앵무새) 수준에 가까웠을 가능성이 있다.
|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지능 재평가
2023년 밴더빌트 대학의 수자나 헤르쿨라노-오우젤 팀이 발표한 연구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연구팀은 T. rex의 뇌에 현생 개코원숭이 수준, 즉 영장류에 가까운 뉴런 수(약 10억 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T. rex는 도구 사용, 문화 전달, 복잡한 사회적 행동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즉각적으로 반박을 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영국의 연구팀이 공동으로 발표한 반박 논문(2023)은 악어와 공룡의 뇌 밀도를 비교할 때 조류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파충류형 뇌 구조를 가진 T. rex는 조류보다 뉴런 밀도가 훨씬 낮았을 것이며, 실제 지능은 악어나 현생 도마뱀 수준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논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 벨로시랩터 — 영화 속 천재 공룡의 실제 모습
《쥬라기 공원》에서 문 손잡이를 열고 체계적 협동 사냥을 하는 벨로시랩터는 실제와 많이 다르다. 실제 벨로시랩터(Velociraptor mongoliensis)는 칠면조 크기(몸길이 약 1.8m, 체중 15~30kg)였고, 현생 까마귀나 닭 수준의 지능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영화에서 영감을 준 공룡은 실제로 데이노니쿠스(Deinonychus antirrhopus)로 추정된다. 데이노니쿠스 화석은 여러 개체가 같은 지층에서 발굴되어 무리 사냥의 증거로 해석됐으나, 최근 연구는 이것이 동시에 죽은 증거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집단 행동과 사회적 지능의 증거들
개별 뇌 크기와 별개로, 공룡의 사회적 행동 증거들이 발굴되고 있다. 마이아사우라(Maiasaura)는 둥지를 집단으로 만들고 새끼를 돌봤다는 증거가 있으며, 이는 복잡한 사회적 행동 능력을 시사한다. 파키케팔로사우루스류는 머리 충돌 흔적이 있는 두개골이 다수 발견되어 서열 경쟁 행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로포드(거대 초식 공룡) 발자국 화석에서는 어린 개체가 무리의 가운데, 성체가 바깥쪽에 위치한 패턴이 발견돼 보호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 공룡 지능의 현재 위치 — 결론적 정리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공룡의 지능은 다음과 같이 대략 구분할 수 있다. 브라키오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같은 거대 초식 공룡들은 현생 악어보다도 낮은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가졌을 것이다. 반면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벨로시랩터, 데이노니쿠스)와 트로오돈류 같은 소형 수각류는 현생 조류와 유사한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그 중간 어딘가, 즉 현생 악어보다는 높지만 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현재 학계의 중론이다.
결국 공룡을 "멍청한 파충류"로 일괄 정의하는 것도, "지능적인 포식자"로 낭만화하는 것도 둘 다 과학적으로 부정확하다. 공룡은 악어와 새 사이 어딘가의 다양한 지능 스펙트럼을 가진 생명체들이었다.